벼랑 끝에서 살아난 롯데와 주말 시리즈 명암 프로야구 그라운드의 열기가 이미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특히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명승부였다. 롯데는 2005년 이후 무려 20년 2개월 만의 9연패 위기에 직면해 있었으나, 9회말에 터진 극적인 홈런으로 기사회생했다.

이날 승부는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요동쳤다. 7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손호영의 잘 맞은 타구가 삼성 3루수 김영웅의 호수비에 걸렸다. 이때 2루 주자 한태양이 귀루하는 제스처를 취하자 김영웅은 2루로 송구했고, 그 사이 1루 주자 고승민은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한태양이 다시 3루로 파고드는 순간 삼성 2루수 양도근이 3루로 공을 뿌렸으나, 송구가 더그아웃으로 빠지는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정상적인 송구였다면 충분히 아웃을 잡아낼 수 있었던 상황이다. 안전 진루권이 부여되며 주자들이 두 베이스씩 진루해 순식간에 5-3이 되었고, 이어 대타 노진혁의 우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롯데는 7-3으로 달아났다.

연패 탈출의 희망이 부풀었던 롯데의 꿈은 8회초 산산조각이 났다. 삼성 김영웅이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1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작렬시키며 단숨에 7-7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를 몰아 삼성은 9회초 1사 만루에서 르윈 디아즈의 우전 안타로 다시 리드를 챙겼다. 하지만 롯데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7회말 대주자로 투입됐던 황성빈이 9회말 1사 후 우측 폴대를 직격하는 극적인 동점 솔로 아치를 그리며 승부를 8-8 원점으로 되돌렸다. 연장 11회말 황성빈은 안타 후 2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지만, 1사 1, 2루에서 나온 대타 박찬형의 타구가 삼성 유격수 이재현의 호수비에 걸려 직선타 더블 플레이로 이어지면서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한숨을 돌린 롯데는 다음 주중(19~21일) 잠실에서 선두 LG 트윈스를 상대로 다시 한번 연패 탈출을 노린다.

한편 LG는 선발 임찬규의 6이닝 4피안타 무실점 호투와 4번 타자 문보경의 4타수 3안타(1홈런) 맹타에 힘입어 SSG 랜더스를 6-1로 제압했다. 반면 2위 한화 이글스는 NC 다이노스에 4-9로 덜미를 잡히며 LG와의 승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KIA 타이거즈는 선발 제임스 네일의 7이닝 무실점 완벽투(6피안타 4탈삼진)에도 불구하고 불펜진의 방화로 두산 베어스에 2-4 역전패를 당하며 주말 시리즈를 모두 내줬다. 승리를 거둔 두산은 4연승을 질주했다.

아시아 쿼터제 전격 시행 이렇듯 치열한 순위 싸움과 짜릿한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시범경기의 열기를 이어받아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26 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KBO는 26일 새로운 규정들을 공식 발표했다. 리그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팬들에게 더욱 박진감 넘치는 야구를 선사하기 위한 이번 조치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아시아 쿼터제’의 도입이다.

리그 경쟁력 강화와 외국인 선수 수급 다변화를 위해 신설된 이 제도는 아시아야구연맹(BFA) 가입국 및 호주 국적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비아시아권 국가와의 이중 국적자는 영입 대상에서 제외되며, 직전 연도나 당해 연도에 아시아 리그 소속이었던 선수 1명만 포지션 제한 없이 영입할 수 있다. 신규 영입 시 연봉과 계약금, 이적료 등을 모두 합쳐 총액 20만 달러(월 2만 달러)까지만 지출이 가능하다. 재계약 시에는 매년 10만 달러씩 상한선이 증액된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기존 외국인 선수 3명에 아시아 쿼터 선수 1명을 더해 총 4명을 보유할 수 있으며, 이들 4명은 한 경기에 동시 출전도 가능하다.

피치 클록 단축 및 무선 인터컴 도입 경기 전개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피치 클록 제한 시간이 기존보다 각각 2초씩 줄어들어 주자가 없을 때는 18초, 주자가 있을 때는 23초가 적용된다. 다만 퓨처스리그의 피치 클록 운영은 작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또한 판정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진에 무선 인터컴 시스템이 도입된다. 1루와 2루 심판이 장비를 착용하게 되며, 비디오 판독 시 심판이 별도로 이동할 필요 없이 판독 센터와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관중들에게 결과를 방송할 수 있다. 주심이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장비 착용 심판 중 경력이 가장 긴 심판이 관련 임무를 대신 수행한다.

비디오 판독 대상 확대와 세부 규정 보완 비디오 판독 시스템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 2루와 3루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전략적 오버런’이 새로운 판독 대상에 추가됐다. 포스 플레이 상황에서 아웃 판정이 세이프로 번복되더라도, 주자가 다음 루로 진루하려는 정당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주자 포기 아웃으로 판정될 수 있다. 단, 심판의 아웃 콜에 영향을 받아 발생한 플레이라면 예외가 인정된다. 병살타 상황에서는 선행 주자의 득점 시점을 주자의 두 발이 베이스 뒤쪽을 지나 땅에 닿는 순간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아울러 판독 과정에서 구단이 요청한 항목 외의 다른 플레이에서 명백한 오심이 발견될 경우, 해당 판정까지 바로잡을 수 있도록 규정이 보완됐다.

부상자 명단 및 더블헤더 편성 기준 변경 선수 보호를 위한 부상자 명단 제도도 한층 실효성 있게 개선됐다. 시범경기 개막일 이후 발생한 부상에 대해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 발표일로부터 3일 이내에 신청하면 명단 등재가 가능해졌다. 동일한 부상으로 명단 연장을 신청한 선수는 10일이 경과하지 않더라도 현역 선수로 재등록할 수 있다. 명백한 부상으로 30일 이상 1군에서 말소되었음에도 행정적 이유로 명단에 오르지 못한 선수는 시즌 종료 전까지 소명 자료를 제출해 KBO의 승인을 받으면 구단당 최대 3회까지 등록 일수를 소급 적용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혹서기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기 위해 더블헤더 편성 지침을 손봤다. 2주 연속 더블헤더 편성은 전면 금지된다. 더블헤더 경기는 4월 12일부터 5월 31일 사이의 일요일에 한해서만, 그것도 전날 토요일 경기가 취소되었을 때만 열릴 수 있다. 또한 모든 더블헤더 경기는 특별 규정에 따라 최대 9이닝까지만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