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녀 테니스 투어가 아시아로 무대를 옮기면서 시즌 막바지 열기가 한층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항저우 오픈에서는 알렉산더 부블릭이 새로운 역사를 썼고, 레이버컵에서는 테일러 프리츠가 세계 1위를 꺾으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한편,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오픈에서는 이가 시비옹테크가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부블릭, 항저우 오픈 결승행… 3개 코트 표면 모두 결승 진출한 4번째 선수
알렉산더 부블릭(카자흐스탄)이 카를로스 알카라스, 얀니크 시너, 알렉산더 츠베레프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열린 링크 앤 코 항저우 오픈(ATP 250) 준결승에서 중국의 와일드카드 우이빙을 6-3, 6-3으로 꺾고, 올 시즌 3개 코트 표면(클레이, 잔디, 하드) 모두에서 투어급 대회 결승에 진출한 네 번째 선수가 되었습니다.
부블릭은 앞서 7월 그슈타트와 키츠뷔엘 클레이 코트 대회, 6월 할레 잔디 코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이번 항저우 하드 코트 대회에서도 그의 상승세는 계속되었습니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우이빙을 상대로 부블릭은 19개의 강력한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단 61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경기 후 부블릭은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가 어제 경기로 조금 지쳐 보였다. 홈 관중의 응원을 받는 선수와 경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며 “기회를 많이 주지 않고 강한 모습을 유지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시즌 30승 17패를 기록 중인 부블릭은 2021년에 세운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35승)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최근 4개 대회에서 3번째 우승을 노리는 그는 US오픈 4라운드에서 당시 세계 1위였던 얀니크 시너에게 패한 것이 유일한 패배입니다. 이번 결승 진출로 ‘PIF ATP 라이브 레이스 투 토리노’ 랭킹에서 12위로 3계단 상승했으며, 생애 첫 니토 ATP 파이널스 진출을 위해 시즌 막바지 총력전을 펼칠 예정입니다. 그의 결승 상대는 프랑스의 예선 통과자 발렌틴 로예입니다.
프리츠의 ‘커리어 하이’, 팀 월드에 레이버컵 우승 안기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레이버컵에서는 테일러 프리츠(미국)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프리츠는 세계 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상대로 생애 첫 승리를 거두며 팀 월드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는 알카라스를 6-3, 6-2로 완파한 후 “이번 승리가 더 자랑스럽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경기를 주도했고, 스스로 쟁취한 승리이기 때문”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프리츠는 최근 알카라스, 시너, 조코비치와 같은 최상위권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주도하며 승리를 가져오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으며, 이번에 그 결실을 보았습니다. 그는 알카라스전 승리에 이어 다음 날 알렉산더 츠베레프마저 꺾으며 팀 월드의 우승을 확정 짓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두 경기에서 프리츠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압박감 속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였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하고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줄이며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그의 커리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 주목됩니다. 과거 2022년 레이버컵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은 펠릭스 오제알리아심이나, 2023년 팀 월드의 영웅이었던 프랜시스 티아포가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이번 레이버컵 우승은 프리츠가 ATP 정상으로 향하는 여정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비옹테크, 서울에서 짜릿한 역전승… 개인적인 의미 더한 우승
여자 테니스 투어에서는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가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오픈에서 팬들에게 잊지 못할 명승부를 선물했습니다. 그녀는 결승전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를 상대로 1-6, 7-6(3), 7-5라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단지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다”는 시비옹테크의 경기 후 소감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시비옹테크는 알렉산드로바보다 11개 적은 포인트를 획득했고, 위너는 7개 적었으며 비강제적 실책은 15개나 많았습니다. 2세트 게임 스코어 4-5와 5-6 상황에서는 패배까지 단 두 포인트만을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우승은 시비옹테크에게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토마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 폴란드 조정 국가대표로 출전했지만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시비옹테크는 “가족의 역사가 얽힌 이곳에서 우승해 기쁘다. 아버지는 올림픽에서 우승하지 못했지만, 내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말하며 기쁨을 표했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그녀는 아리나 사발렌카와의 세계 1위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만두의 힘?’ 파올리니, 이탈리아에 빌리 진 킹 컵 안겨
이탈리아의 빌리 진 킹 컵 2연패를 이끈 자스민 파올리니는 행운의 음식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제시카 페굴라를 6-4, 6-2로 꺾으며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어제 저녁에 처음으로 만두를 먹었는데, 효과가 정말 좋았다. 앞으로 만두를 더 많이 먹어야겠다”고 유쾌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파올리니의 역사를 보면 그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입니다. 그녀는 지난 2년간 빌리 진 킹 컵에서 8승 1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었으며,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사라 에라니와 함께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결승전 상대인 페굴라에게 5전 전패를 기록 중이었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파올리니는 완전히 다른 선수였습니다. 그녀는 코트를 휘젓는 돌격대장처럼 네트 앞으로 돌진해 정확한 발리로 포인트를 마무리하며 페굴라를 압도했습니다. 경기 후 그녀는 “국가대표로 뛰는 것은 내가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일”이라며 나라를 대표해 뛰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