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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의학', 의사를 혼란에 빠뜨리다[창간 특집 기획] 의학교과서보다 우위 심평의학?
양보혜 기자 | 승인 2016.09.01 06:00

‘심평의학’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내 건강보험 체계에서 기형적으로 탄생한 것이 심평의학이다. 의사가 의학적 원리에 따른 진료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기준에 맞춰 환자를 치료하도록 강요당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 심평의학은 급여기준과 심사기준으로 대별되는데, ‘모호하다’는 게 특징이라고 의사들은 꼬집는다.

급여기준과 심사기준이 모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의 진료비 지불 제도에 원인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의 진료 행위별로 돈을 내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진찰·검사·처치·입원·약제·치료재료 등 의료행위 항목이 수천 가지가 넘는데, 그 모든 내용을 천차만별의 환자 상황에 따라 명확하게 정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급속한 의학 발전으로 매달 새롭게 등재되는 신의료기술을 비롯해 새롭게 바뀌는 급여기준도 의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데 한몫 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 식의 모호한 급여기준은 의사를 얽어맬 수밖에 없다. 모호한 기준을 근거로 삼아 의사가 건강보험 비용 청구를 하다가 부당청구로 보건당국의 레이더에 걸리게 되면 결국 현지조사를 당하게 된다.

환자 중심의 진료보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우위에 두는 심평의학은, 21세기의 급속한 의학발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세계 12위 경제대국 국민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도 가로막는다.

심평의학이 초래하는 다양한 문제와 해결책을 짚어봤다.

 

PART 1  모호한 급여·심사 기준, 진료권 침해

진료하는 의사들도 모르는 급여 기준

모든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를 제외하고 진료비 일부는 환자에게 받고, 나머지는 심평원에 청구한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청구한 내용을 국민건강보험법이 위임해 제정된 보건복지부령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요양급여 기준)’ 등에 부합하는지 심사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청구액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일부 차감하거나 지불을 거부한다. 즉,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불이 이뤄지는 동시결제 구조가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후 청구한 진료비를 되돌려 받는 후불제 구조로 되어 있어 의사들은 자나 깨나 심평원의 급여 및 심사 기준을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평의학’을 의과대학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자조적인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심평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2015년 상반기 의원급 의료기관 조정액률 50순위’ 자료를 보면, 의사가 비급여 검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급여로 신청하는 착오로 인한 삭감이 가장 많았다.

상병코드별로 보면 ‘행정적 목적을 위한 검사’ 조정액률이 44.93%로 1위를 기록했으며, 특정한 단일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의 필요 44.28%, 기타 단일 감염성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의 필요 40.64%, 기타 단일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의 필요 37.83% 순이었다. 이 외에 혓바닥의 악성 신생물, 귀의 기타 선천기형, 귀밑샘의 악성 신생물, 권태 및 피로 등이 10위권 내에 포함됐다. 

안산 비뇨기과 의사의 자살 사건도 같은 이유였다. 급여기준에 따르면 바이러스 사마귀가 손등이나 팔뚝, 팔꿈치, 손목까지 생길 경우 업무나 일생생활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비급여 대상이다. 그러나 발바닥, 발가락 등에 생겨 환자가 보행이 어렵거나 불편하면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된다. 이 의사는 ‘일상생활의 지장’이 급여기준이라 판단해 손바닥에 생긴 사마귀 시술을 시행하고, 그 비용을 청구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착오에 의한 부당청구로 판정해 현지조사까지 실시한 것.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행위별 수가제 아래 급여 대상 항목이 수천 가지가 넘는데, 의사들이 그 내용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게다가 우리나라는 당연지정제를 시행하고 있어 자신의 진료과목이 아닌 환자가 찾아오는 경우도 많아 비용 청구에 실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양급여비용 청구만 담당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과 달리 의원급 의료기관은 원장이 이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김지훈 경기도의사회 대변인은 “요즘 의원급에선 의사 1~2명에, 간호조무사 1~2명, 데스크 직원 1명 정도가 근무하는데, 수가 청구 업무를 데스크 직원이나 간호조무사에게 시키기 어렵다”며 “결국 원장이 대행사에 맡기거나 직접 처리해야 하는데, 매번 바뀌는 급여기준을 다 찾아보고 신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착오 청구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의약품 치료제의 경우도 약사법이나 기타 관계법령에 의해 허가사항 범위 내에서 이용토록 고시돼 있는데, 이를 초과해 부당청구 대상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다. 최대집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급여기준 가운데 특히 개원의들이 난해하다고 느끼는 것은 약제 관련한 것인데, 동일한 성분과 용량의 약이지만 A약은 비급여이고 B약은 급여인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어떤 근거로 급여와 비급여가 결정되는지 알 수 없고, 그 내용마저 자주 바뀐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심사사례… 소극적 진료 유도”

의료계는 심평원이 요양급여 심사사례를 일부만 공개해 의사의 진료 행위를 가로 막는다고 비판한다. 심평원은 심사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하지만 의료계는 동의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심평원에서 발간하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참조해 의료수가를 청구하는데, 산정기준에 따랐지만 삭감당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산정기준보다 더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 있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심평원 각 지원의 지역심사평가조정위원회, 지역분과위원회, 중앙분과위원회, 중앙심사평가조정위원회에서 의사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내부 기준이 일부 정해진다고 주장한다. 또 심평원 심사직원의 관례나 자의적 해석,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상근 심사위원의 경험이나 자의적 해석에 의해 진료 상황이 판단되고 삭감 기준이 적용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윤용선 대한의원협회장은 “심평원에 삭감된 이유를 물으면, 의사 출신의 심사위원들이 의·약학적인 전문적 판단을 거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다”며 “하지만 비공개인 의사 출신 심사위원의 판단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사위원을 공개하든지, 아니면 심사사례 기준을 모두 공개해 삭감이 두려워 방어진료를 하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2012년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을 지적받은 뒤 꾸준히 개선해왔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심의위원회운영부 관계자는 “2014년부터 2016년 2분기까지 총 165개 심사사례를 공개해왔다”며 “급여기준 심의사례도 2016년 1월부터 6월까지 본원 기준 1770건 공개했으며, 지원은 주요 사례만 75건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심평원이 제공하는 심사사례 공개가 공급자 편의에 맞춰져 있다고 꼬집는다. 분기별로 발표되는 심사사례 내용을 보면 의사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고, 대상 항목의 변동이 잦으며, 적용 시기도 모호하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충남 지역 A개원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인데 심평원의 심사사례를 보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다”며 “특히 약제는 처음 허가될 때 사용 범위와 효능에 대해 인정기준을 정하면 자주 바뀔 일이 없는데, 건보 재정 부담이 문제인지 사용 횟수나 범위가 자주 변경돼 처방할 때마다 찝찝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심사사례가 언제부터 적용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서울 지역 B개원의는 “새로운 급여 적용 시기가 처방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중요한데, 구체적으로 시기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며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는 듯한 심평원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용자 입장에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PART 2 實査 받는 의사, ‘범죄자’ 낙인 문제 있다

부당청구 의료기관으로 지목되면 보건당국의 현지조사를 받는다. 현지조사는 복지부가 주축이 되고,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은 현지조사에 인력을 지원한다.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에 따르면, 조사반은 현지조사와 동시에 의료기관 대표자 등에게 통지하면 된다. 따라서 의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조사반을 맞닥뜨리게 된다. 부당청구 대상이라는 이유로 ‘범죄자’와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되는 의사들은 보건당국의 현지조사가 지나치다고 항의하고 있다.

 

실사경험 의사 10명 중 7명 “공포 느꼈다”

경기 지역 C개원의는 환자 진료 중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보건당국 현지조사팀 때문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진찰 받던 환자도 놀라긴 마찬가지다. C개원의는 “문을 벌컥 열고 진료실에 들어온 조사반에 나뿐만 아니라 환자도 놀랐다”며 “범죄자를 검거하듯 들어와 다짜고짜 상황을 설명하는 조사반의 태도에 공포심을 느꼈으며, 환자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고 묻는데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실제 대한의원협회에서 보건당국의 현지실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의사 52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의사 77%(40명)가 실사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과 공포감을 느꼈다고 응답한 것.

심리적 압박과 공포감에 대한 이유로 실사 자체에 대한 압박(25%), 사전 통보 없이 시작되는 조사 과정(20%), 조사반의 무시하는 태도와 범죄자 취급(18%), 강압적 조사(10%),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8%), 알 수 없는 이유의 조사기간 연장(8%) 등이 꼽혔다.

그뿐만 아니라 실사 중 조사반으로부터 협박이나 강압이 있었냐는 물음에는 응답자 31%(16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협조하지 않을 경우 조사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말을 들은 경우가 56%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답변 강요 25%, 처벌 내용으로 협박 13%, 자료 미제출 시 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본다는 협박 6%였다.

현지조사를 받은 뒤 심리적 후유증을 경험한 의사도 많았다. 이들은 심리적 불안 25%, 불쾌 17%, 분노 13%, 억울함 10%, 당황 10%, 불안 8%, 죄인이 된 듯한 느낌 8%, 의욕상실 6%, 자괴감 4%, 인격적 모멸감 2%, 국가와 공무원에 대한 적개심 2% 순으로 나왔다.

윤용선 의원협회장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강압적인 현지조사에 대해 의사들이 얼마만큼 불안감을 느끼는지 나타났다”며 “부당청구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는 조사인데, 마치 범죄자를 대하는 듯한 조사반의 태도와 절차 등에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사 개시는 있고, 종료는 없다”

의료계는 현지조사의 기간이 불명확하고, 의사의 권리 침해 소지가 큰 현지조사 절차의 문제점도 비판한다.

먼저, 현지조사의 시작 시기는 정해져 있지만 종료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요양기간 현지조사 지침에 따르면,  조사반은 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변경사항이 발생한 경우 복지부에 보고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김지훈 경기도의사회 대변인은 “복지부 조사팀이 꼬투리를 잡거나 이유를 대면 조사기간이 쭉 늘어날 수 있다”며 “현지조사 기간이 늘면 늘수록 의사가 느끼는 공포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하기 때문에 안산 비뇨기과 의사 사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조사 대상 기관은 현지조사 기간 변경, 조사과정에 대한 녹음 및 녹화 등의 권리를 가지지만 조사반이 관련 내용을 전혀 고지하지 않고 있다고 의료계는 주장한다. 최대집 공동대표는 “경찰이 범죄자를 검거할 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모습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조사반이 현지조사를 실시할 땐 해당 의사에게 주어진 권리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오히려 관련 권리에 대한 무지한 점을 이용해 사실 확인서에 서명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했다.

“부당청구와 거짓청구, 엄연히 다른데…”

의료계는 현지조사 절차뿐만 아니라 결과 처리에 관한 부분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현지조사 결과 부당청구나 거짓청구 사실이 확인되면, 총부당금액·월평균부당금액·부당비율·부당세부내역·업무정지일수 등 행정처분 내역을 산출해 의료기관에 통보한다. 이 같은 처분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 제98조(업무정지), 제99조(과징금) 등에 근거한다.

여기서 문제는 급여기준을 잘 모르거나 고의성이 없는 착오에 의한 부당청구를 거짓청구와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점이다.

서인석 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법에서는 고의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엄밀히 구분해 처벌 정도를 조정한다”며 “고의가 없고 실수나 착오에 의해 비용 청구를 했는데, 업무정지에 이르는 강도 높은 행정처분은 너무한 처사”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의성 여부를 판단할 책임도 의사의 몫이라는 점이다. 자기 자신이 잘 몰라서 비급여를 급여로 잘못 청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 온전히 의사에게 있는 것.

김용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의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의사가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하는 근거나 자료를 수집해 제공해야 한다”며 “실제 사법부에서도 고의성 여부를 판단할 때 결정적 근거나 증거를 제시한 사람의 편을 들어주는 만큼 쉽지 않겠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ART 3 불공정한 기준·관행, 가지치기 작업 돌입

심평원의 고압적 조사 관행 뿌리 뽑아야

모호한 급여기준 탓에 부당청구 의료기관으로 지목돼 현지조사까지 받는 의료계의 현실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선 경기도의사회가 주최한 ‘안산시 비뇨기과 원장 추모대회 및 현지조사 개선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폭염 경보가 내린 무더운 날씨에도 대한의사협회,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안산시의사회,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등 400여명의 의사가 참석해 의료계의 현실을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정현 대표는 “정부 부처나 기관이 피검사 관계자로 하여금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옛날 방식의 조사 및 감사 관행을 고쳐야 한다”며 심평원의 고압적 조사 관행 개혁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다음 날인 8월 2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최근 변화된 것처럼 심평원의 실사제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최고위원회의의 안건으로 삼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도 급여기준과 심사제도, 현지조사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입장이다.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안산시 비뇨기과 의사가 자살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애도를 표한다”며 “의료계에서 그동안 계속 요구해온 현지조사 개선과 관련해서는 의견을 수렴해 빠른 시일 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더불어 복지부는 지난 8월 23일 의료공급자 단체와 ‘요양기관 현지조사 및 급여기준 등 개선 관련 의약단체 간담회’를 비공개로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의사협회와 함께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5개 단체와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인사가 참석해 본격적인 대화의 물꼬를 텄다.

사진제공 경기도의사회

급여기준 재판부 ‘심평원’ 역할 정립 필요

현재 의료계의 요구사항은 명료하다.

먼저, 의료기관의 진료행태나 환자의 진료비 부담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심사제도의 특성을 고려해 의학적 타당성에 근거한 급여기준과 투명한 운영을 의료계는 제시했다. 구체적 개선 방안으로 ▲상설 급여기준 개선협의체 구성·운영 ▲심사기준 공개 등 심사 투명화 ▲심사기준 변경에 대한 사전 홍보 강화 및 적정 계도기간 설정 ▲심사 소급적용 배제 ▲청구 및 심사기준 관련 안내사항 지원 등을 꼽았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급변하는 의학 발전을 반영하고,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급여기준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상설 급여기준 개선 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며 “의료계가 참여해야 좀더 전문적이고 의료현실을 반영한 급여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계 일각에선 급여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평원이 심사기준을 전면 공개하고, 심사 사례를 축적해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안도 제안했다.

김용익 전 의원은 “의사가 이미 공개된 급여기준에 따라 진료한 뒤 비용 청구를 하고 나서 삭감되면 그 심사 결과와 취지에 대해 심평원이 재판부의 판결문처럼 공개해야 한다”며 “판례가 형성되면 그것이 새로운 사건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심사사례가 불충분한 급여기준을 개선하는 근거로 활용돼 의료계가 주장하는 문제점이 점진적으로 해결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그간 인력과 자원 부족을 이유로 심사기준과 사례를 부분적으로 공개해왔다. 이에 급여심사를 맡는 심평원의 기능 강화를 위해 19대 국회에선 심평원의 인력 및 자원 확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김용익 전 의원은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상근심사위원 수를 50명에서 90명 이내로 확대 조정하고, 상임이사 수를 한 명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을 통과시켰다”며 “인력이 증가한 만큼 앞으로 심사기준 및 사례 발표 등을 전면 공개하고, 행정 업무의 투명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협은 심사기준 변경에 대한 사전 홍보와 적정 계도 기간의 설정도 요청했다. 매년 300여건에 달하는 복지부 급여기준 및 심평원 심사지침 등을 의료기관이 모두 인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청구 및 심사 기준 관련 설명회와 교육도 실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지조사 대상 선정, 의협 공식 참여해야

현지조사제도와 관련해 의협은 피조사자인 의료인이 지나친 공포심과 부담을 느끼지 않게 현지조사 대상 선정, 현장조사, 결과 통보에 이르기까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요양기관 사전 통보제 전면 실시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 시 의사단체 참여 보장 ▲조사 대상 자료의 구체화 ▲조사 대상·기간 축소 ▲지침 위반 시 제재 규정 마련 ▲현지조사 결과 공유 등 11개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첫 회의는 의료 공급자 단체의 개선 요구를 청취하고 종합하는 자리”라며 “모든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지만, 개선이 가능한 부분은 검토해서 함께 추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협의 요구사항은 제도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실제 실사 대상 과정 선정에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심평원과 건보공단이 내부 규정에 따라 실사 대상을 선정했지만, 앞으로는 의료계도 포함시키겠다고 논의한 것.

의협 관계자는 “정부 측은 즉각적인 개선이 가능한 사안부터 먼저 처리하고, 법 개정 등의 행정 절차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선 점진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입장”이라며 “회의를 통해 사실상 합의가 이뤄진 부분들은 가까운 시일 내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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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혜 기자  bohe@mpre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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