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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경영학과로 몰리는 의사들[병원경영] 인사조직·마케팅·세무 등 병의원 접목… 합리적 경영·의사결정 능력 키워
엠프레스 편집팀 | 승인 2017.05.15 09:39

요즘 개원의 중에는 의료경영대학원에 진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의원 폐업률이 80%를 넘는 시대에 생존경쟁에 몰린 의사들이 경영전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의원 폐업률 80% 시대… 생존전략 절실한 의사들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의약품 오남용을 막고자 2000년 7월 시행에 들어간 의약분업 이후 몇 년간은 개원 열풍이 뜨거웠던 시절이었다. 정부는 의사가 환자 증상을 진단해 처방하면 처방전에 따라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판매하는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의사들을 위한 당근책으로 수가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가 인상에 따른 수익 증대 기대감은 개원 러시로 이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의약분업 시행 이듬해 2001년에는 의원 2,149곳이 신규 개원했다. 또, 2002년은 무려 2,464곳에 달하는 의원이 문을 열어 개원 러시가 정점을 찍었다. 개원 열풍이 주춤했던 2003년과 2004년 또한 각각 의원 799곳·742곳이 간판을 달았다. 불과 4년만에 6,000곳이 넘는 동네의원이 생겨났다.

하지만 개원 열풍은 오래 가지 못했다. 개원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자 의원들은 척박한 현실에 봉착했다. 환자 수요가 의원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요·공급의 법칙’이 무너지자 의원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특히 정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정책에서 기인한 저수가는 개원가의 경영악화를 초래했다.

의약분업 시행 후 4~5년간 반짝했던 개원 전성시대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동네의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경기불황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장기화된 경기불황, 저수가로 인한 경영악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등 날로 척박해지는 의료 환경은 급기야 의원들을 폐업으로 내몰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의원 평균 폐업률은 81.6%에 달한다. 폐업률은 새로 문을 연 곳보다 닫는 의원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열한 경쟁과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사들의 생존 전략이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199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시작으로 의사 전문경영인 양성하는 의료MBA 과정 개설

진료에만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개원의가 생존을 위해 의료와 경영학을 접목한 ‘의료경영학’을 공부해 이를 병의원 운영에 적용하고자 하는 관심과 니즈가 높아진 이유다.

국내에서 의료경영학은 199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가 개설되면서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김용태 주임교수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서는 의료경영에 대한 명확한 개념조차 없었던 시기였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과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의료경영을 공부한 경희대 교수들이 한국에 돌아와 의료기관 운영 전반에 경영학을 접목한 의료경영학과를 개설하고 이론적·학문적 틀을 마련했다. 이후 가톨릭대·한양대·가천대·인제대학교가 의료경영·글로벌 헬스케어·병원경영 등 각각의 이름으로 학과 또는 학부 전공을 만들면서 의료경영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경영학이 병의원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하는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았다. 경영학은 자유시장 경제에서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매출을 올리며 손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독과점을 유도해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학문적 바탕을 두고 있다.  반면 공공재라는 인식과 함께 국가가 보험수가로 가격을 통제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은 물론 수익 창출 수단이 제한적인 의료 특수성을 감안할 때 병의원 운영에 경영학을 적용하기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외부적인 의료 환경 변화는 의사들이 의료경영학을 배우고 이를 실제 병의원 운영에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기에 충분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 MBA 김용태 주임교수는 “예전에는 경영학과 의료경영학을 크게 다르게 생각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의료가 ‘산업’의 개념이고 산업은 곧 ‘기업’을 의미하며 기업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병의원을 개원하면 환자가 스스로 찾아오고 수익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경쟁은 치열해졌고 경영악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의원들도 생존을 위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기업과 마찬가지로 인사관리, 마케팅, 보험, 재무·세무·노무 등 경영전략이 요구된다”며 “이러한 변화를 인식한 의사들이 병의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방법을 찾고자 의료경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급변하는 환경과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의사들을 전문적 의료경영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개설된 의료경영 MBA에서는 어떤 과목들을 가르칠까?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 MBA 과정을 살펴보면, 수업은 평일 야간 및 주말에 진행되고 총 5학기제로 운영된다. <표1>참조.

특히 전공기초·공통필수·전공선택 등 3가지로 구성된 커리큘럼은 ▲인사관리 ▲마케팅 ▲정보(빅데이터) ▲병원관리(세무·재무·노무 등) 등 병의원 운영에 필수적인 의료경영을 다루는 동시에 의료정책과 의료법 및 의료산업에 대한 이해를 통한 의료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지식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용태 교수는 “의료경영학은 병의원 인사조직, 마케팅, 재무·회계·세무 등 실무적인 영역에서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며 “다만 공부한 내용을 병의원 운영에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경영을 공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자가 병의원 운영 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론적 근거와 명확한 개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학의 최종점은 의사결정론이다. 의사가 본인 입장이 아닌 환자와 직원 입장에서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 얼마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가 병의원 운영 성패를 좌우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경영 MBA과정 마친 개원의 “합리적 의사결정 내리는 데 도움”

그렇다면 의료경영학은 병의원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로체스터병원 서인석 원장은 의료경영학을 통해 배운 인사조직·회계·세무 등이 병의원 운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서 원장은 물리치료사 등 팀 어프로치가 중요해 재활병원 운영에 필요한 인사조직관리와 건강보험제도 및 의료정책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국내 의료경영 MBA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의사가 의료 전문가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인사조직·세무·회계·정책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병의원 생사가 걸려 있는 경영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의료경영학은 아주 특별한 게 아니다. 구멍가게부터 대기업까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병의원 운영에 필요한 개념과 용어들을 정리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주식을 2~3년 연구한다고 정복할 수 없는 것처럼 의료경영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당장 병의원 매출이 크게 오르거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의료경영학이 반드시 성공적인 병의원 운영을 담보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의미다. 서인석 원장은 “의료경영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매출이 급상승하거나 병원 운영이 좋아졌다고 명확히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모든 의사들이 의료경영학을 반드시 공부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진료에 집중할 사람은 진료에 집중하고 나머지 부분은 행정팀을 최대한 활용해도 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의원에서 시작해 큰 병원으로 확장한 의사들을 보면 의료경영을 배우지 않고서도 경영능력이 탁월하다”며 “의료경영학은 결국 의사가 의사판단을 잘못할 위험성을 줄이고 병의원 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의료의 발전은 ‘경쟁’을 낳았고 경쟁은 곧 ‘변화’를 불러왔으며 변화는 다시 ‘혁신’을 거쳐 ‘차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사들은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해법을 의료경영학에서 찾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소비자 만족에 초점을 맞춘 경영학과 마찬가지로 의료경영 역시 핵심은 환자와 직원을 만족시키는 데 있다. 어쩌면 의료경영학의 학문적 가치는 병의원 매출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적 지식이 아닌, 의사가 환자와 직원의 니즈를 파악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지 않을까?

 

메디칼타임즈 정희석 기자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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