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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법 시행 후… 전공의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드라마와 너무 다른 레지던트의 현실, 피해는 결국 환자들의 몫 완고한 권위주의 가득한 병원, 전공의법 계기로 합리적으로 변하기를
엠프레스 편집팀 | 승인 2017.05.02 07:00
외과병동을 배경으로 레지던트 1년차 봉달희와 동료 레지던트들이 겪는 여러 사건들을 다룬 SBS 의학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중에서

의료 현장은 드라마의 단골 주제다. 병원의 속내는 대중이 다가가기 어렵고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아 왠지 흥미롭기 때문이다. 수많은 직업 현장 중 하나라기보다는 다른 질서와 체계가 있고 때때로 감동의 휴먼드라마가 펼쳐지는 공간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두 현실과 다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같은 공간을 현실로 맞닥뜨리고 성장해 나가는 의사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드라마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재원 충원 없이 법만 무리하게 적용하는 수련병원들

누구라도 병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고 함께하는 의사들인 전공의는 4년 혹은 3년의 계약직 직원이자 교육생으로서, 이들이 이슈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치 병원에서 거주(residence)하듯 일하는 전공의들이 근무시간과 교육, 복지와 급여를 논하는 것은 금기를 넘어선 행동이었다. 똑같은 시간을 거쳐서 자리를 잡은 선배의사들은 ‘우리 때는 더 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좋아진거야. 나도 그렇게 이겨냈으니 너희도 당연히 해야한다’라는 암묵적 시선을 보내왔고, 아프고 힘든 환자 앞에서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는 전공의는 소명있게 희생을 감수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져 비난 받기에 딱 좋았다.

그러나 과도하게 힘든 근무조건과 최소한의 임금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 현실이 대한전공의협의회를 통해 언론에 조명되고, 2014년에 일어난 전공의 파업을 기점으로 대중에 문제점이 회자됐다. 이후 국회에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 명문화돼 2016년 12월 23일부터 시행됐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통해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아가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병원들은 법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입사 시 병원 내 근로조건과 휴가, 급여, 복지에 관한 명시적 동의를 받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력의 큰 중심축인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인적 불균형을 보완할 호스피탈리스트제도를 도입했으나 시행착오와 각종 문제점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전공의들의 근무여건을 비롯한 제반 사항은 실제 향상됐을까? 최근 발표된 ‘전국 수련병원 수련평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원의 충원이 없이 기존 자원 내에서 법만 무리하게 적용되는 상황이다. 다수의 병원 경영진은 당직비를 법에 맞게 조정한다는 명분아래 기본급을 대폭 축소하고, 각종 수당을 모두 없애서 기존 급여 수준을 맞추는 셈법을 만들어 신규 전공의부터 변경된 근무조건에 계약했다. 서류상의 근무와 실제의 근무 시간이 다른 일도 비일비재한 가운데 아이러니컬하게 기존에 많은 당직을 섰던 고(高)년차 전공의의 형평성은 무시된 채, 추가적인 당직이 일괄 부과되고, 국가고시 준비기간에 부가적인 근무 의무가 요구되고 있다. 인력 충원 없는 주당 80시간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한 업무량의 공백은 전임의 등 젊은 전문의에게 이전되어, 향후 전문의 취득 후 전임의 과정을 밟아야 할 전공의에게 다시 업무가 가중되는 조삼모사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써 전공의 법은 그 취지와 의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의료 정책과 건강보험을 총괄하는 정부, 병원과 학계, 각 이익집단의 구미에 맞게 따로따로 적용되고 이를 총괄적으로 평가하고 기준을 세우지 못하여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전공의 법, 전공의에게 부당한 의료환경 강요하는 병원 합리적으로 변화시키는 촉매제 역할 기대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에 진학하고 힘든 과정을 겪으며 전문의를 향해 나아가지만 이들이 맞이하는 근무와 학습의 여건은 절대 합리적이지 않다. IT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 4차 산업혁명을 예고하는. 혁신적 미래가 세상의 중심 가치로 부각되는 오늘날에도, 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은 수련 제도 초기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을 답습해 전문의가 되고 경쟁마저 심화된 열악한 대한민국 의료 환경에 던져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원인이 돼 일본 혹은 미국으로 애써 키운 의료인력이 유출되기까지 한다.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병원의 모든 것을 함께하는 전공의는 결국 한국 의료수준 전체의 질을 좌우한다. 문제의 본질은 병원의 기본을 구성하는 전공의에게 합리적이지 않고 부당한 의료환경을 강요한다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는 환자가 되며, 언젠가 우리들 스스로가 된다는 것이다.

병원이 아닌 다른 기관의 예를 들어보자. 국내 S은행에서는 직원 복지와 급여를 보장하기 위해 막강한 지원력을 지닌 직원만족센터를 인사부 소속아래 운영하고, 노동조합 또한 목소리를 내어 회사의 경영진과 협의해 직원의 복리를 도모하고 있다. 직원만족이 고객만족을 이루고 업무의 합리화를 촉진하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제도다. 이제 의료계에서도 환자의 건강과 올바른 의료 혜택을 위해 정부기관과 병원 그리고 전공의, 국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공론을 모을 때다.

전공의 법이 단순히 전공의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권위주의의 완고한 헤게모니가 가득한 병원에서 병원 운영 전반에 걸쳐 미래의 청사진으로 합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 말 많고 탈 많았지만 이제 하위 법령 그리고 이를 도울 제도적 틀 안에서 더욱 다듬어지고 고쳐져 대한민국 의료환경 전체를 효율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자신이 속해 있는 곳에서부터 꼼꼼히 확인하고 피드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관섭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신한은행 기업금융부에서 일했다. 현재는 강릉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로 근무하며, 이 병원 전공의협의회장직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인재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김관섭(강릉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사진 SB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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