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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치료, 질병발견 ‘유전자 가위’가 해결사[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세계적 권위자, 김진수 단장“머지않아 엄청난 규모의 시장 형성될 것” 기술발전 위해 투자·규제개혁 요구도
김제이 기자 | 승인 2017.05.02 07:00

“대부분 제약기업과 생명공학기업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도입해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이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관련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머지않은 미래에 수십 만 명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바탕으로 먹고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1~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모두 독자 개발한 그를 바이오코리아2017 콘퍼런스장에서 만났다.

 

- ‘유전자 가위’가 뭔가.

“유전자 가위는 DNA를 잘라서 수술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이나 동·식물의 유전자를 수술해서 고치는 도구다. 질병을 치료하거나 고부가가치의 농작물과 가축을 만들 수도 있다. 또 해충을 박멸하겠다거나 매머드를 복제하겠다고 이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를 보면 유전자 가위는 인간을 포함해 우리 주변의 생명체를 재설계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 언제부터 유전자 가위 기술을 연구했나.

“박사 과정을 밟을 당시 우연히 유전자 가위에 대해 알게 됐고, 이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994~1997년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에 있으면서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해 배웠고, 한국에 귀국해서도 관련 분야를 연구했다.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핑거 뉴클레아제(ZincFinger Nucleases, ZFN)부터 2세대인 탈렌(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 TALEN), 3세대인 크리스퍼(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gromic Repeats, CRISPR)까지 연구했다.”

 

- 유전자 가위는 언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나.

“유전자 가위는 2013년 3세대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면서 학계와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부터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연구를 했지만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고, 오히려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크핑거 뉴클레아제 개발 당시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3~4곳만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아무리 가능하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하지만 3세대 유전자 가위가 나오면서, 자기 손으로도 연구·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를 ‘크리스퍼 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유전자 가위 기술로 노인성 황반 변성을 치료하고 실명을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황반 변성은 몸에 안 좋은 혈관이 많이 생겨서 실명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안 좋은 혈관을 많이 만드는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제거한 것이다. 혈관을 완전히 없애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 유전자를 전체가 아닌 부분적으로 제거했더니 증상이 훨씬 개선됐다. 동물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지만, 임상 시험을 할 수 있다는 판단 근거가 됐다.”

 

-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보다 정확하다고 하던데.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도 아주 정확하게 작동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염기 교정과 크리스퍼는 용도가 다르다.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는 한 글자만 바꾸는 단일 염기 변이에 유용하고, 그 밖에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단일 염기가 아닌 유전자를 제거하는 용도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적합하다.”

 

- 유전자 가위 기술이 교정이냐 편집이냐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전자 가위는 여러 유전자를 섞는 것이 아니다. 책을 예로 들자면 한 글자만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편집이 아닌 교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유전자 가위의 영어 표현이 ‘Genome Editing’인데 ‘Editing’이라는 단어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환자가 유전자 가위 기술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용어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조만간 대부분 사람들이 유전자 가위에 대해 알게 될 것”

학계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세상을 바꿀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연구를 못 하기 때문에 불과 몇 년 사이에 이 기술을 모르는 생명과학자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진수 단장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드론의 사례와 비교하며 유전자 가위가 업계 관계자 외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드론을 처음 들어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불과 1~2년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며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지금 일부 사람들만 유전자 가위에 대해 알고 있다면, 1~2년 사이에 사람들 대부분이 이 기술에 대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툴젠의 창립자이며, 현재는 기술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 툴젠의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 상황이 궁금하다.

“우선 한국과 호주에서 특허 등록이 완료됐다. 현재 전 세계 10여 개 국가에서 특허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가 내년까지 모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자 교정에 성공한 데이터가 있으면서 미국에 특허 출원을 가장 빨리 한 것은 툴젠이다. 그때가 2012년 10월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결과가 미국 UC버클리팀과 MIT·하버드 공동연구진의 경쟁에 의해 묻혀버렸다. 툴젠보다 앞선 2012년 5월 UC버클리팀이 미국에서 특허를 출원했지만, 그들은 세포의 실제 실험 데이터가 없었다. MIT·하버드 공동연구진은 실험 데이터를 갖췄지만 그해 12월 특허를 출원했기 때문에 툴젠보다 늦은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는 툴젠은 특허 경쟁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변호사 비용만 수백억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경쟁 기업의 특허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특허를 출원하는 것에는 1~2억원이면 충분하다. 선출원주의 국가에서는 툴젠이 유리하다. 때문에 한국과 호주에서 특허를 받았고, 다른 국가에서도 특허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진수 단장 발표

-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상용화된 상태인가.

“툴젠이 2013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아직 학계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다. 연구하는 이들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샀다. 정부 연구비를 받아서 연구하고 논문을 내야 하는데, 연구할 때 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 시장을 툴젠이 최초로 개척했고, 연간 약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장은 정말 작은 시장이고, 유전자 가위로 치료제나 종자를 개발하면 이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 유전자 가위 기술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없나.

“투자가 부족하다. 투자금이 부족하면 100년이 지나도 상용화될 수 없다. 정부의 투자금으로는 연구개발에만 쓰이고 제품이 생산되지 않는다.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은 기업인데, 정부가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일은 없지 않나.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또 생명윤리법 등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규제를 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가 동시에 존재해 이중규제 되는 것이 문제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해외에서 제품과 서비스가 모두 개발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그것을 들여와 사용해야 할 것이다. 부가가치와 일자리는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우리는 나중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 뻔하다.”

 

- 아직 유전자 가위 기술 분야에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한국에 들어온 것이 1997년인데, 최근 4년을 제외하고 거의 16년간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 한 무명의 과학자였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여러 상을 받았지만, 치료제 등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이뤄내지 못 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김제이 기자  kjy@mpre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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