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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 살리는 의료정책연구에 계속 힘쓰겠다”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첫 개원의 출신’ 의정연 소장, 취임 1년 맞은 소회, ‘일차의료 특별법’ 제정하고 의사협동조합 하나로 묶은 연합체 만들 계획
김민아 기자 | 승인 2017.05.02 07:00

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개원의가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을 맡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하지만 이용민 소장은 이런 질문이 무색할 만큼 역대 어느 소장보다도 활발히 활동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4월 19일, 취임 1년을 맞이한 이용민 소장을 만나 지금까지의 성과와 향후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지난 1년간 활동한 소감은?

“지난해 취임하고 나서 진료실과 대한의사협회(의협), 정책 토론회 등을 왔다갔다하며 몸과 마음이 모두 바쁘게 지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일은 물론이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대선참여운동본부 지원단, 의학정보원 신설에 대한 TFT 등의 일원으로서 하는 일이 많았다. 온전한 나의 하루가 없었다. 항상 시간이 모자랐다. 물리적인 시간이 내게 좀더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러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 개원의가 의정연 소장을 맡는 것에 대해 주변의 우려가 컸는데 활동해보니 어떤가?

“개원의 연구 소장만의 장점이 있다. 특히 의료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의사 회원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책 연구에 반영하기 쉽다. 나는 취임할 때 ‘새경은 회원에게 받고 남의 밭 매는 일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각오처럼 실제로 의사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원의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개원의가 단점이 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외부 활동을 할 때는 아무래도 교수의 권위가 높은 것 같다.”

 

-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임기 중 성과가 있다면?

“먼저, 일차의료 살리기를 목표로 의정연 소관의 ‘건강보험재정운영개선특별위원회(재정특위)’를 구성했다. 재정특위 활동 결과는 곧 보고서로 나올 것인데, 현재 65% 정도 밖에 안 되는 의원급의료기관의 원가보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런 근거를 가지고 앞으로는 국회나 시민단체와 협업해 ‘일차의료 특별법’ 등을 제정할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작년 8월 ‘동네의사협동조합’ 설립을 제안한 것과, 동시에 연구소 내에 ‘동네의사협동조합연구지원단(가칭)’을 발족한 것이다. 지역별, 과별로 나뉘어 있는 기존의 의사협동조합을 하나로 묶어 연합체로 만들 계획이다. 지금까지 어느 협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않은 의사들은 새롭게 세운 커다란 단일 조합에 묶을 생각이다. 이 같은 동네의사협동조합 아래에 모이면 의사의 구매력이 높아질 것이고, 의료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사업으로도 영향력을 뻗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의료를 우회시킨 것도 하나의 성과다. 현재 의료계는 정부와 함께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가 제안해서 원격의료에서 원격모니터링과 전화상담만 떼어낸 것이다. 이로써 의료계는 의사와 환자의 대면진료 원칙을 깨지 않으면서도 경영에는 도움 되는 원격모니터링과 전화상담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에 많은 의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반대도 심하다.

“당연한 반응이다. 나부터도 광범위한 의미의 원격의료 속에 원격모니터링이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의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개념인 ‘원격진료’와, 비대면 관리 단계에서 환자가 측정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관찰 및 분석하는 ‘원격모니터링’은 경중이 완전히 다르다. 이들을 구분하지 않으면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논리가 옹색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노령화되면서 만성질환과 그에 따른 합병증이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대책을 2~3년 안에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치솟는 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건강보험요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비용면에서 효과적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할 방법이 달리 없다. 그래서 만성질환관리제가 원격의료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격모니터링을 활용한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을 받아들이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의정연 소장으로서 봤을 때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의료 현안은 무엇인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미미하게 도움 되는 혜택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난적 의료비’라고 할 만큼, 한 번 병을 앓으면 재정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오히려 보장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필수진료에 대한 가격까지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네의원, 동네병원이 살아남기 힘들다. 최소한 병원이 환자를 진료하고 손해는 입지 않아야 하는데 원가도 다 못 받는 상황이다. 거기에다 누구나 싸고 빠르게 상급종합병원으로 직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외면한다. 예전에는 맹장염도 동네의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제는 환자들이 의원급의료기관에서 그런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급종합병원에 가기 쉬우니까 가벼운 질환으로도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점점 의원급의료기관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 종류가 줄어든다. 결국 동네의원, 동네병원의 존재가치가 사라졌다. 어설픈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전달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따라서 보장성 강화의 개념을 바로 세우고, 건강보험요율도 합리적으로 높여야 한다. 요율은 OECD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의정연이 할 일은?

“문제와 원인, 해결방법을 알고 있으니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의정연 소장을 맡으며 처음 만든 것이 ‘의료정책 콘텐츠 TF’다. 기존 인력을 활용해서 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인포그래픽이나 카드뉴스를 많이 만들어 대국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카드뉴스는 6개 정도 만들어 배포했고, 인포그래픽도 꾸준히 생산 중이다.”

 

- 이용민 소장 임기 중에 ‘전국의사조사’가 시행됐다. 의사들의 현장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 같은데.

“전국의사조사는 전임 최재욱 소장이 기획해서 넘겨줬고 나는 그대로 넘겨받아서 실행에 옮겼다. 캐나다에서 의사면허 등록 시 ‘전국의사조사’라는 동명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 개념을 차용했다. 그동안 직역별, 지역별, 병원별 의사 대상 설문조사는 소규모로만 이뤄졌다. 이번에는 전체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조사를 기회로 우리가 몰랐던 의사들의 의료기관 운영 현황, 업무 환경, 의사가 생각하는 적정 진료비, 희망 수입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의료정책을 생산해 낼 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일차의료 살리기,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의 정책 등을 만드는 데 우선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 앞으로도 전국의사조사를 계속할 것인가?

“1회성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매년 시행하기 어려우면 격년으로 하거나, 캐나다처럼 면허신고와 연계하는 방향도 참고할 수 있다. 이번에는 첫 실시여서 문항이 많고 까다로웠지만, 조금씩 이어나가며 자료가 쌓이다보면 짧고 수월한 조사가 될 것이고 의사의 참여도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 한의사 최주리 씨가 의료 관련 ‘국정농단’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가 최근 무혐의 처분받았다. 의정연 소장으로서 적절한 행동이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부터 개인 자격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기고문을 의정연 홍보팀 메일이 아니라 개인 이메일로 배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의정연 소장이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내 행동을 의협과 동일시하는 부분이 있다. 의협도 나의 의혹 제기가 나름대로 적절한 부분이었다고 판단해 명예훼손 고발 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호사를 선임해줬다. 그래서 이용민 개인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의협과 전혀 다른 생각으로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한다.”

 

- 앞으로도 필요할 땐 목소리를 낼 생각인가?

“그렇다. 목소리를 낼 땐 내고 그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질 것이다.”

 

- 이용민 체제 하의 의정연이 향후 나아갈 방향은?

“취임하면서 말한 대로 나의 임기 동안에는 회원에게 실제로 필요한 내용의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임기가 끝났을 때 ‘이용민 소장이 이거 하나는 해놓고 나갔구나’하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동네의사협동조합 설립이든, 원가보전율을 높이는 것이든, 아니면 또 다른 성과이든…. 손에 잡히는 결과를 적어도 한 가지 꼭 만들고 떠나겠다.”

 

김민아 기자  kma@mpre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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