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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 건강해야 국민 건강도 지키죠”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양보혜 기자 | 승인 2016.12.01 06:00

의대 6년을 마치면 ‘인턴 1년·레지던트 4년’이란 지옥훈련이 시작된다. 전공의 대부분이 평생 딱 한 번 이 시기를 경험하는 만큼 다소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내 탓이오’ 자세로 견딘다. 선배도 참았고, 선배의 선배도 참았기에. 그런데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남다른 목소리를 내는 전공의가 있다. 제20대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전공의 삶의 질이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좌우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1월 4일 바람이 매서운 날씨에 세브란스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의사가 잠들면, 환자가 위험해”

기동훈 회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2011년부터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 회장을 거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정책이사,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까지 겸임하고 있다. 응급의학과 3년차 전공의로 주 5~6일 근무하며, 매주 수요일 의협 상임이사회에 참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메신저로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이사들과 회의를 한다. 그는 전공의수련환경법 하위법령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더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사실 많은 전공의가 ‘5년만 참자’는 각오로 이 시기를 보낸다. 남다른 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전공의는 낮에는 외래를 밤에는 당직근무를 선다. 경증환자든 중증환자든 전공의를 거치게 되는데, 이들이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면 진료할 때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연속 근무를 선 경우엔 더욱 더 그렇다. 살인적인 근무환경 탓에 의료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즉, 전공의의 인권 보호는 환자 안전 및 의료 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전공의가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 환자를 위해서라도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비슷한 의견을 가진 동료들과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 ‘전공의수련환경법’ 제정이 수련환경 개선에 새로운 전기(轉機)가 됐다. 입법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책임감과 보람을 느꼈다. 지난해 12월 법안 제정 당시 대전협 부회장을 맡아 그 과정을 지켜봤다. 송명제 회장을 비롯한 19대 집행부가 이뤄낸 이 법이 취지에 맞게 잘 시행되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 전공의수련환경법 제정 전후로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

전공의 수련교육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점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선진국에선 정부가 의료인 양성을 위해 전공의 수련비용을 일부 혹은 전체 지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의 공공성만 강조할 뿐 재정적 지원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법안 제정으로 전공의를 지원해줄 법적 토대가 갖춰졌다.

-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이라 강제력이 없는 걸로 안다.

그렇다. 이번 집행부는 전공의 교육은 미래 의료전문가 육성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실질적인 재정 지원을 요구할 계획이다. 만약 직접적인 비용 지원이 어렵다면, 세제 혜택 같은 간접 지원이라도 요청할 방침이다.

- 내년 12월 법 시행을 앞두고, 수련병원도 분주해 보인다.

내년 말부터 본격 시행되니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근무시간 축소, 전문의 채용 등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 병원도 1, 2년차 레지던트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전문의 진료가 확대되고 있다.

“예방접종 담당 공보의만 N95마스크 못 받아”

그가 의사 삶의 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0년 신종플루를 경험하면서다. 지방 보건의료행정 체계가 미흡해 환자를 대면하는 공보의만 전염병 예방 장비를 착용하지 못한 사건을 통해 젊은 의사가 스스로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갖고 의료정책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 공보의 당시 무슨 일이 있었나.

역사에 남을 전염병인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정부는 의사를 추가로 고용하기보단 공보의를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공보의가 지방 신종플루 감염지역의 확대 방지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 8시에 일어나면 보건소 입구부터 마을 어귀 버스 정류장까지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넉 달간 매일 예방접종만 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보건소에 감염 예방을 위한 N95마스크가 배포됐는데, 공보의만 주지 않았다. 환자와 대면하는 의사만 빼고 행정직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추가 수당 지급 약속도 어기면서 공보의가 격분했다. 

- 공보의 단체가 있었는데, 문제제기 하지 않았나.

회계문제가 터지면서 대공협은 대표조직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2011년 대공협 회장이 된 후 제일 먼저 헐렁한 조직을 정비하고, ‘공보의법’을 만들어 발의했다. 대관 홍보 기능도 강화해 공보의 진작금을 ‘최대 70만원’에서 ‘최소 80만원’으로 인상했다.

- 이때부터 의료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나.

그렇다. 대공협 활동을 하면서 의사의 삶의 질 향상이 지역 보건의료에 큰 영향을 준다고 느꼈다. 삶이 질 향상은 결국 의료정책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그러려면 당사자인 의사가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고, 개선점을 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정보 국민에게 제공해야”

기동훈 회장은 수련환경 및 의료제도 변화를 위해선 현재 의사들이 처한 현실과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목소리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려면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거나 사회적 이슈가 생겼을 때 참여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기 회장은 말했다.

 

- 의사가 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우리에게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만 목소리를 내면, 어느 누구도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공협 회장, 의협 정책이사 등을 맡으면서 의료제도 및 정책 개선을 요구할 때 여론 형성, 대국민 설득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꼈다.

- 그래서 SNS활동도 열심히 하는 것인가.

그렇다. 대전협의 페이스북 팔로어 수는 20만 명 정도다. 의료계 단체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채널로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게재하는 카드뉴스도 의료 현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 퇴진 시국성명은 물론 촛불시위에 참여해 의료지원도 했다.

중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의사 출신 정치가인 쑨원은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이라 말했다.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더 나은 의사는 사람을 고치지만, 진정으로 큰 의사는 국가, 나라를 고친다’는 뜻이다. 우리도 병만 고치는 의사를 넘어 전문가 집단으로서 병든 사회를 개선해나가는 데 동참해야겠다고 판단해 전국 60개 수련병원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 의료계 내에서 젊은 의사의 목소리를 내는 통로가 적다는 지적도 있다.

의협에서 당연직으로 마련된 정책이사 두 자리를 제외하면 젊은 의사들이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의사 단체를 보면 30대 후반 40대 중반의 젊은 한의사들이 대변인 등 임원진으로 참여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금까진 전공의가 너무 바빠 참여하기 어려웠지만, 전공의수련환경법이 시행되면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이에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최대 30석까지 차지할 수 있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그래서 전공의의 행복은 물론 좀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양보혜 기자  bohe@mpre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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